고분자 반도체 ‘극성 전환’ 미스터리 풀렸다
- 차세대 유연 전자소자 및 열전소자 설계의 핵심 단서 확보

▲ (왼쪽부터) SAINT 강보석 교수, 김회민 박사과정생, 경상대 김윤희 교수, Landep Ayuningtias, 가천대 이한솔 교수
고분자 반도체* 중에서도 일부 소재에서만 나타나는 미스터리 현상의 근본 원인을 국내 연구진이 규명해 주목받고 있다.
* 고분자 반도체 : 탄소 기반의 유기 화합물(고분자)이면서도 실리콘처럼 전기를 흐르게 할 수 있는 특수한 물질
SAINT 강보석 교수 연구팀은 김윤희 경상국립대학교 교수, 이한솔 가천대학교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고분자 반도체에서 나타나는 극성 전환(polartiy inversion) 현상의 발생 원인을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핵심연구와 신진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에 2월 15일 온라인 게재됐다.
고분자 반도체는 가볍고 유연하며 용액 공정(Solution Process)*이 가능해 차세대 전자소자의 핵심 소재로 꼽힌다.
* 용액공정 : 실리콘 반도체는 고온·진공 상태의 복잡한 공정이 필요하지만, 고분자 반도체는 액체 상태로 녹여 잉크젯 프린팅이나 코팅 방식으로 찍어낼 수 있다. 이는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중요한 공정이다.
최근 고분자 반도체의 도핑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전하 수송의 극성이 전환되는 극성 전환 현상이 보고되고 있다. 이 현상을 이용하면 하나의 고분자 반도체 소재만으로 n형과 p형 반도체를 구현할 수 있어 소자 구조의 단순화나 제조 공정의 효율성 향상에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은 일부 고분자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나며, 왜 동일한 도핑 조건에서도 고분자에 따라 극성 전환이 발생하거나 발생하지 않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 도펀트 흡수 능력에 따른 고분자 반도체의 p형·n형 극성 전환 과정 모식도
이에 연구팀은 서로 다른 분자 구조를 갖는 고분자 반도체를 비교 분석해 극성 전환 현상의 발생 조건을 체계적으로 조사했다. 연구 결과, 극성 전환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고분자 박막 내부에 흡수된 도펀트(dopant)*의 양이 일정 기준(임계값) 이상에 도달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도펀트 : 도핑 과정에서 반도체에 첨가되는 물질.
이 임계 농도를 넘어서면 도펀트에서 생성된 음이온이 고분자와 상호작용하며 전하 수송 특성이 변화해 p형에서 n형으로 전환되는데, 반대로 흡수된 도펀트의 양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극성 전환이 발생하지 않았다. 즉, 극성 전환 여부는 단순한 도핑 공정 자체가 아니라 고분자의 분자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도펀트 흡수 능력과 고분자–도펀트 간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임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고분자 반도체에서 극성 전환이 특정 소재에서만 나타나는 이유를 체계적으로 설명한 결과로, 향후 하나의 고분자 소재에서 p형과 n형 특성을 선택적으로 구현하거나 안정적인 n형 고분자 반도체를 설계하기 위한 분자 설계 전략 수립에 중요한 지침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다양한 도펀트 시스템과 실제 소자 조건에서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강보석 교수는 “현재 구현된 소자의 성능은 초기 연구 단계 수준으로, 향후 분자 구조 설계와 소자 구조 최적화를 통해 성능 향상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