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M은 올 1월 CES에서 양자컴퓨터를 공개했다. [구글 홈페이지]
『쥐라기 공원』의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은 1999년 『타임라인』이라는 베스트셀러를 펴냈다. 역시 영화로 제작된 이 소설에서는 양자컴퓨터를 이용해 시간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얘기가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당시 양자컴퓨터는 공상과학소설(SF) 속 상상의 대상이었다. 소설이 나온 지 정확히 20년이 흐른 지난해 10월, 구글은 학술지 『네이처』에 양자컴퓨터 개발과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슈퍼컴퓨터로 1만 년이 걸릴 엄청나게 복잡한 계산을 단 200초 만에 해냈다는 내용이었다. 소위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처음 실증한 것이다. 그렇다면 드디어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온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과연 양자컴퓨터란 무엇인가’부터 한 번 살펴보자.
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히든 피겨스’에는 우주선의 궤도를 계산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당시만 해도 컴퓨터는 이렇게 ‘계산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지금의 컴퓨터란 0과 1의 디지털 신호를 이용해 엄청난 계산을 하는 기계다. 우리 생활을 풍족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 같은 기계가 돼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항상 더 뛰어난 성능의 컴퓨터를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면 디지털 컴퓨터가 ‘양자역학’이란 것을 만나 양자컴퓨터가 된 것일까. 답은 “아니오”다. 양자컴퓨터는 절대로 지금 컴퓨터의 연장선, 혹은 컴퓨터를 대체하는 개념이 아니다. ‘디지털 컴퓨터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뭔가 다른 일을 하는 기계’라는 설명이 현실에 가깝다. 양자역학은 원자나 전자처럼 아주 작은 세계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을 설명해 주는 체계다. 동시에 직관적으로는 참 이해하기 힘든 개념이기도 하다. 입자이면서 파동이고, 0이면서 1이고, 유령 같이 뭔가 흐릿하고, ‘불확정성의 원리’란 것이 지배하는 애매모호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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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제 양자기술에 막 뛰어든 후발 주자다. 양자컴퓨터로의 거대한 기술 전환기에 패스트 팔로워로서 적절한 전략을 세워 접근해야 한다. 뻔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전문가에 의한 연구개발 체계 수립과 효율적 투자가 가장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력의 양성과 확보가 단기적으로 제일 긴요한 이슈일 것이다. 이제는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양자컴퓨터 시대는 온 것인가.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으나 아직은 ‘초보적인 소규모’다. 강력한 양자컴퓨터의 등장이 결국은 가능하겠지만, 한참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그래서 후발 주자인 우리나라에도 기회가 열려 있다. 양자컴퓨터 시대를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
https://news.joins.com/article/23932984